2007년 12월 22일
카일리 미노그의 ‘X’
마돈나가 통통 튀며 'Holiday'나 'Lucky Star'를 불렀던 1983년 데뷔 시절. 신디 로퍼만이 마돈나의 적수였다. 마돈나는 이후 댄스뮤직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여왕에 등극했다. 마돈나가 미국의 댄스뮤직계를 평정했던 87년, 호주는 카일리 미노그에 빠져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The Loco-Motion'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카일리 미노그의 열풍은 호주뿐 아니라 영국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마돈나와 대적할 거물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마돈나에 비해 그녀는 여전히 유로댄스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카일리 미노그는 마돈나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유로댄스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디스코 비트를 가미한 'Can't Get Out Of My Head'가 세계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곡이 수록된 여덟 번째 앨범 'Fever'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녀는 마돈나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도전자가 됐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카일리 미노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홉 번째 앨범 'Body Language'가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005년 월드투어 도중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사망률이 3.5%라지만 그건 데이터일 뿐. 가수의 인생이 아니라 삶 자체의 문제에 직면했다. 모든 투어를 취소하고 치료에 몰두했고, 다행히 완치됐다. 이제 남은 것은 다시 노래하는 것.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발표한 열 번째 앨범 'X'다.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의 초상을 자신에 대입시킨 첫 싱글 '2 Hearts'는 지금까지 들려주었던 그녀의 음악보다 훨씬 어렵다. 단순한 유로댄스도 아니고, 디스코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복잡하게 들린다. 첨단과 복고를 결합시킨 이 곡은 부활한 카일리 미노그의 음악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줄 핵심 트랙이다. 다시 얻은 행복한 삶을 담은 'No More Rains'에는 새 앨범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기쁨이 충만하다. 최근 음악에 관심을 가진 팬이라면 최신 테크닉을 응용한 'Speakerphone'이나 'Nu-Di-Ty'에 주목하겠다. 또 'The Loco-Motion'을 부르던 당시 생기발랄하고 풋풋한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Wow'도 즐겁다.
카일리 미노그에게 이번 앨범은 음악계 복귀를 자축하는 의미가 크겠지만, 앨범을 즐기는 입장에서도 'X'는 연말에 받게 된 완벽한 댄스뮤직 종합 선물세트다.
# by | 2007/12/22 09:4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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